이필기는 2000년대 후반 김동표 명인의 문하에 들어가 강백천류 대금산조를 공부하기 시작해 3년여의 기간 동안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며 수학했다.
그러나 이미 몸이 많이 편찮으신 김동표 선생의 제대로 된 성음을 들을 수 없음이 못내 아쉬웠다. 또한 장단의 한 배가 맞지 않는 가락의 구성이 시나위더늠 대금산조가 가지는 멋이라고도 생각 할 수 있지만, 원활한 전승을 위해서는 장단에 맞춰졌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김동진류 대금산조를 연주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원류인 강백천류 대금산조를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갖고 있던 때에, 우연히 문화재청의 무형유산 디지털 아카이브에 남아있는 강백천류 대금산조 음반을 듣게 되었다. 음반에 남아있는 그의 가락은 필자가 김동표 명인에게서 배웠던 선율과 성음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필자는 이에 충격과 함께 깊은 감명을 받아 그의 산조를 스스로 공부해 보고자 결심했다.
그러나 해당 음반에 남아있는 10분 남짓한 선율은 중중모리와 자진모리의 구분이 없는 초기 대금산조의 형태를 띄고 있어 현행 산조 체계로 보면 마무리 되지 못하고 끝나는 듯한 인상을 받아 아쉬웠다.
그러던 차에 1988년 중앙일보에서 나온 『국악의 향연』이라는 전집에 수록된 24분 길이의 산조를 듣게 되었고, 그 음반에는 현행 대금산조의 틀과 같은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 순서로 발전되어 있어 그 가락들을 채보하기로 했다.
채보를 하다 보니 강백천류 대금산조는 이미 국악고등학교 전 교장인 최삼범이 『국악의 향연』 음반을 토대로 채보한 악보가 있어 그것을 참고하고자 하였으나, 채보 방법이 음반의 선율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또한 현행 장단의 한 배에 맞지 않는 가락들을 그대로 채보해서 악보만 보고 연주하기에는 혼선이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원 가락의 느낌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장단에 맞추어 필자가 다시 엮어 채보하여 연주했다.
이 음반에 연주된 강백천류 대금산조는 1971년도 음원에서 성음을, 1970년대 후반 음원의 가락을토대로 하여 현행 산조들에 비해 힘을 많이 빼고, 선율이 가지는 느낌들을 표현해 내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 최대한 그의 성음을 복원하려 노력했다.
현행 강백천류 대금산조는 김동표가 약 30년간 전승하며 강백천의 가락에 김동표의 예술성이 더해져 변화하였음을 이번 작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모든 음악이 시간과 사람을 거치며 진화해 나가듯이 김동표의 예술성이 더해져 변화한 <강백천류 대금산조 김동표 가락>도 이번 음반에 함께 담고자 했다.
흔히 들을 수 없었던 <강백천류 대금산조>의 원류와 2대 보유자를 거치면서 보여 지는 변화양상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음반이 가지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이 음반이 향후 강백천류 대금산조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